38편 회복 중의 고백 – “선명해진 세상”

눈이 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단 한 번도 제 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다행히 눈이 잘 보여서 정말 좋았습니다. 평생 눈 때문에 고생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눈이 제대로 보인다고 인지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제 머리였고, 그중에서도 왼쪽 머리가 문제였습니다. 크게 머리를 열고 수술을 받았고, 왼쪽 머리가 … 더 읽기

37. 회복 중의 고백 – 절망 속 희망, 그리고 8년이라는 무게

공부를 하면서 ‘과연 이 공부는 언제쯤 끝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일반적인 교수님이나 선생님들은 대체로 3년 정도 걸린다고 말씀하십니다. 3년이라니… 어떤 사람들은 그보다 빠르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조금만 공부해도 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몸 상태가 다르니 회복 시간도 다 다르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제 경우는 3년이라고 하니, 이 정도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 더 읽기

36. 회복 중의 고백 – “생각을 되찾는 고통,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면서 문득 제 인생이 너무나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내가 왜 이런 삶을 살게 되었을까?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런 생각들이 저를 괴롭힙니다. 제 머리가 조금씩 나아지면서, 그와 함께 생각도 조금씩 또렷해집니다. 그러면서 제 인생과 저의 상황에 대해 점차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은 깊은 생각을 제대로 할 … 더 읽기

35. 회복 중의 고백 – “말을 잃은 자의 절규, 사라지는 인연들”

제가 쓰는 글을 보면서 혹시 제가 괜찮다고 생각하실까 봐, 사실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도 말을 하면서 너무 힘듭니다. 글을 쓰는 순간에도 제대로 문장을 구성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에게 저의 상황을 잘 설명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제 병원 교수님을 만났을 때,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제가 … 더 읽기

34. 회복 중의 고백 – “삶의 은인, 교수님과의 만남”

삼성병원에 가는 날입니다. 저의 회복을 돕는 여러 선생님들이 계시지만, 오늘은 저를 수술해 주신 교수님을 만나러 가는 날입니다. 제가 죽을 고비를 넘겼을 때, 삼성병원에서 6시간에서 7시간 동안 밤샘 수술을 해주셨던 그분입니다. 새벽 4시까지 수술을 이어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아빠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 순간의 공포와 절망은 … 더 읽기

33. 회복 중의 고백 – “도서관의 침묵, 나의 좌절”

어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려 했습니다.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찾아보려 한 겁니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우선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있는 청소년센터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라면이랑 음료수를 마셨습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나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확 달라졌습니다. 집 주변이라 멀리 간 것도 아닌데, 마치 온 가족이 여행을 온 듯한 … 더 읽기

32. 회복 중의 고백 – “청소, 또 다른 재활이자 가족 사랑의 표현”

저는 요즘 집에서 주로 두 가지 일을 합니다. 하나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청소를 하는 것입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좀 다른 상황이죠. 과거에는 아내가 청소를 훨씬 더 많이 했습니다. 저는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일에 바쁘다 보니 청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주말에는 최대한 청소를 하려고 노력했고, 평일에는 아내가 거의 도맡아 … 더 읽기

31. 회복 중의 고백 – “산수유, 아버지의 사랑”

산수유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병원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동을 더 하려고 하는데 바람이 쌀쌀하게 불어왔습니다. 그래도 아빠는 계속 운동을 하자고 하십니다. 집 주변의 나무들은 아직 새순이 보이지 않았는데, 병원 주변에서는 벌써 푸릇한 새순들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산수유가 조금씩 피어나려고 합니다. 산수유를 특별히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꽃도 아니었는데, 오늘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오는 … 더 읽기

30. 회복 중인 고백 – “불편한 일상과 죄책감, 그리고 가족”

아빠랑 공부를 하는데 답답한 마음이 큽니다.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는 삼성병원에 가야 합니다. 병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고작 25분 정도입니다. 한 번 갈 때마다 진료비는 대략 9만 원 정도 나옵니다. 게다가 집에서 병원까지 가는 데 한 시간이나 걸리고, 아빠가 운전해서 저를 데려다주십니다. 병원에 가기 전에 점심을 먹는데,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만나 인사하고 함께 밥을 먹습니다. 밥을 먹고 나면 … 더 읽기

29. 회복 중인 고백 – “맨발 황톳길, 세상과의 소통”

아빠와 함께 공부를 마치고 운동을 하러 나섰습니다. 거창한 운동은 아니었습니다. 집 근처 작은 도서관 옆에 있는 맨발 황톳길을 걷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도 작고, 황톳길도 아담합니다. 아빠는 맨발로 흙길을 걷는 것이 머리 건강에 좋다고 하시며, 관련된 책도 찾아보고 확인까지 했다고 하셨습니다. 아빠가 이 길을 계속 좋다고 말씀하시는 동안, 문득 어린 시절 일본 초등학교에서 맨발로 운동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