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목욕탕이 덥고 힘들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축구를 하고 나서 목욕탕에 가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혼자 살아가면서 목욕탕은 저만의 편안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회사에 다닐 때는 목욕탕에서 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일을 하면서 머리가 복잡해질 때 시원하게 혹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모든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그곳에서는 핸드폰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핸드폰은 우리 삶에 많은 편리함을 주지만, 때로는 저를 힘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일할 때 연락이 잘 되면 좋겠지만, 그만큼 제 스스로가 고난을 겪기도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목욕탕에 가면 두 시간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때 친구들이 왜 연락이 안 되냐고, 회사 사람들이 무슨 일 있냐고 물었지만, 저는 매주 목욕탕에 가는 그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는 것을 꿈꿉니다. 저에게도 좋겠지만, 매일 집에서 샤워만 했던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서야 비로소 함께 목욕탕에 가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니, 제 마음이 설렙니다. 이제 정말 조금만 더 기다리면 제 몸도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약을 많이 먹었는데, 이제는 하루에 여섯 알만 먹으면 됩니다. 이처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조금씩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다짐합니다.
그런데 제가 다친 후에는 목욕탕에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뇌졸중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이 있다면, 목욕탕, 비행기, 그리고 수영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제 조금만 있으면 1년이 되니까, 이제는 천천히 조금씩 목욕탕에 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운동도 열심히 하라고, 다만 너무 무리하지 말고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아직 비행기는 무리겠지만, 이 정도라도 허락받은 것에 기뻤습니다.
그래서 저는 12월이 되면 목욕탕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 몇 달 남았구나’, ‘얼마나 기다리면 되겠구나’ 하고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조금 먼저 가도 되겠지 하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스스로 1년이라는 시간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저도 기뻤지만, 아내 역시 “1년 동안 고생 많았으니 목욕탕에 가면 정말 좋겠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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