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온, 무척 추운 날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추위를 많이 타지만, 그날은 유독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이들과 밥도 먹고 게임도 하기로 약속한 날이었는데, 아이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평소와 다르게 이상하게 말을 하고, 이내 말조차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이거 엄마한테 이야기 해줘.” 그렇게 말하고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정말 아들들이 저를 살렸습니다. 어린 아들들이 아내에게, 그리고 할머니께 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렸고, 그 덕분에 긴급한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아들들이 저의 생명을 구해준 것입니다. 집 주변에는 큰 병원이 가까웠지만, 저는 그곳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동생의 시아버님께서 가까운 다른 병원으로 옮겨주려 하셨는데, 그분의 도움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때 엄마가 지인에게 연락하여 삼성병원으로 갈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밤늦게까지, 새벽까지 병원에서 저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 순간 저는 죽을 수도 있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많은 분들의 은혜를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그때 우리나라에 단 두 대뿐인 특별한 앰뷸런스 중 하나가 저를 이송했다고 합니다. 그 특별한 앰뷸런스를 기다리는 동안 가족들이 얼마나 큰 걱정을 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수술실로 갔을 때, 아내와 엄마, 아빠와 동생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때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거의 죽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아빠가 의사 선생님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저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고 합니다.
최근 우리 집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옆집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저를 보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정말 다행이다”라고 인사했습니다. 그분의 눈물 속에서 저를 향한 걱정과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기도가 저를 살렸습니다. 이 모든 순간들이 저를 더욱 겸손하고 감사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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