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병원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동을 더 하려고 하는데 바람이 쌀쌀하게 불어왔습니다. 그래도 아빠는 계속 운동을 하자고 하십니다. 집 주변의 나무들은 아직 새순이 보이지 않았는데, 병원 주변에서는 벌써 푸릇한 새순들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산수유가 조금씩 피어나려고 합니다.
산수유를 특별히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꽃도 아니었는데, 오늘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그 산수유를 보았습니다. ‘와… 네가 이렇게 보이다니 정말 고맙다.’ 갑자기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병원에서 공부를 하고 나무들을 보면서 좋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김종길 시인의 시 <성탄제>에 나오는 산수유가 떠올랐습니다. 그 시에서 산수유는 열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눈 속에서 따온 약재로 등장합니다. 산수유는 아픈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상징하며, 아들의 회복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시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그 시가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산수유가 저의 마음에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를 도와주는 엄마, 아빠, 장모님, 장인어른, 이 모든 분들이 저를 위해 애쓰셨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저를 위해 기도하고, 걱정으로 이가 빠질 정도로 힘들어하시면서도,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며 저를 살리려 노력했던 그 마음들이 제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이 모든 분들이 마치 저만을 위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쳤을 때, 삼성병원에 처음으로 실려 갔을 때 가족들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떠오릅니다. 제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을 때부터, 아주 조금씩 회복되어 가는 지금 이 순간까지, 저를 향한 그들의 한결같은 사랑과 희생이 있었기에 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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